웅갤러리는 체코계 프랑스 작가 지리 슈멜라(Jiří Chmelař)의 개인전 《Still Dreaming》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와 웅갤러리가 30년 동안 이어온 인연을 돌아보며,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사물과 형상, 현실과 이미지에 대한 작업세계를 소개한다. 본화랑이 함께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이어지는 공간을 따라 사진, 레진, 박스 작업을 매체별로 구성해 선보인다.
지하 1층 본화랑에서는 사진 작업을, 웅갤러리 1층에서는 레진 작업을, 2층에서는 박스 작업을 소개한다. 서로 다른 매체로 전개되어 온 작업을 하나의 공간 안에서 연결해 보여줌으로써, 작가가 사물을 선택하고 배치하며 변형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하나의 매체에 머무르지 않고 사물과 형상에 대한 탐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온 작가의 작업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지리 슈멜라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은 사물을 선택하고 그룹화하며, 서로 다른 형상을 하나의 구조 안에 축적하는 행위다.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한 사물과 이미지를 새로운 관계 속에 배치하고 조합하면서 익숙한 현실을 낯선 모습으로 전환한다. 이러한 방식은 초기의 박스 작업에서부터 레진과 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관통하며, 사물과 형상을 통해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작가 특유의 조형 언어를 형성해왔다.
1980년 구 체코슬로바키아를 떠나 망명한 이후, 작가는 창작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해왔다. 당시 박스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 대신 사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었다. 사물과 기억을 담고 배열하는 과정은 부서지고 사라진 세계의 흔적을 보존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실험이 되었다. 박스는 안식처인 동시에 제한과 억압의 공간이기도 하다. 작품 속 격자와 창살은 자유롭게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가두는 공간을 상징하며, 박스 위를 뒤덮는 흰 먼지는 기억과 망각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사라져가는 기억과 남겨진 사물을 정리하고 재구성하면서, 그 안에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관계와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러한 창작 방식은 초현실주의적 사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작가는 문명의 반제품과 내구소비재, 연속 생산되는 키치 등 일상적인 사물을 선택하고 재구성하며, 익숙한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또 다른 가능성을 탐색한다. 특히 지리 콜라르(Jiří Kolář)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차분하고 체계적인 조작과 재구성의 방식은 작가의 작업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사물을 해체하고 다시 배열하는 행위를 통해 기존의 의미를 흔들고, 서로 무관해 보이는 대상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진을 통해 이러한 아상블라주적 사고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현실에서 선택한 형상들을 하나의 화면 안에 배치하고 서로 겹치게 하거나 섞으며, 때로는 일부를 감추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사진은 현실을 기록하는 수단을 넘어, 현실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상을 탐색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서로 다른 대상이 중첩되고 결합하면서 익숙한 이미지 안에 낯선 관계와 형상이 드러난다.
작가는 형상을 무작위로 변형하지 않는다. 현실 속에서 사물을 고집스럽게 선택하고 체계적으로 배치한 뒤, 아상블라주와 다중 노출 등의 방식을 통해 익숙한 이미지 안에서 새로운 현실을 발견한다. 그가 찾는 것은 완성된 하나의 현실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또 다른 현실의 가능성이다.
《Still
Dreaming》은 이러한 작가의 작업세계를 따라가며 우리가 바라보는 현실이 과연 완결된 것인지 질문한다. 사진, 레진, 박스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오랜 시간 이어온 사물과 형상에 대한 탐구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익숙한
현실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